[인터뷰] “상호간의 존중 중요” SBS 찾은 엄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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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5-31 11:18 조회118,635회 댓글1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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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용수 대한민국 방송 코미디언 협회 회장 |
과거 SBS ‘노예계약 파문’ 이겨낸 전례 생각할 시점
KBS와 노조 관련 소송 중···대법원 판결 ‘감감무소식’
- 근황이 어떤지?
▲ 예전에는 ‘유머 일번지’, ‘웃는 날 좋은 날’, ‘명랑 극장’, ‘청춘 만세’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후 이런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사라지면서 코미디를 놓은 지 오래됐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침마당’,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출연하고 있으며 그전에는 ‘6시 내고향’ 등 교양 프로그램 출연을 지속하고 있다.
사실 방송을 못하고 있는 코미디언들에게는 미안하다. 현재는 교양 프로그램들에서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일부러 틀리는 질문 등을 해서 바른 답으로 이끌어내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니면 종편 채널에서 토크쇼가 많다 보니 토크쇼에 나가 답변을 코믹하게 하는 일도 병행한다. 사실상 코미디언으로서는 민망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겪는다고 해서 원로 코미디언들이 지금 현존하는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 기웃거리면 젊은 코미디언들이 위축이 돼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코미디언들이 대학, 기업, CEO과정, 시·군·구·읍·면 등의 문화센터, 어르신 학교 등에 강의를 다니며 웃음 특강을 한다. 저도 마찬가지다.
- 지난 22일 SBS 웃찾사 CP(책임 프로듀서)와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 제가 말한 것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하고 있는 현 시기에 알맞은 조치를 코미디언들에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또 현재 웃찾사에 있는 코미디언들이 꽃도 피우기 전에 프로그램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기반도 못 잡고 가진 것도 없는 후배 코미디언들에게 웃찾사의 사실상 폐지란 가혹하지 않느냐. 이런 이유로 다른 대책을 가지고 신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이렇게 궁지에 내몰린 젊은 코미디언들을 되도록 많이 투입시켜주기를 인간적으로 호소드린다고 얘기했다.
또 과거 SBS 웃찾사 노예계약 파문이 있었는데 당시 SBS는 대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SBS는 다시금 그 사람들을 추스르고 노예계약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노력한 덕분에 금방 시청률을 회복했으며 정상화가 된 전례가 있다. 아울러 지금 시청률이 부진하다고 후배 코미디언들을 내치기보다는 본인들이 채용한 공채 코미디언들이란 걸 다시 한번 생각하고 투자하면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SBS 측은 본인들도 책임이 있는 것을 안다. 코미디언들만의 잘못이 아닌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BS를 압박하는 성명을 내고 싸우는 것보다는 상호간 최대한 존중해서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다.
- 프로그램 부활 및 활성화를 위해하고 있는 일은?
▲ 우선 SBS 측과의 원활한 협의를 이끌고 기다리는 중이며 전유성 선배는 자신이 기획한 코미디 아이디어를 SBS에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SBS 측은 노력해 보겠다는 답을 했다. 또 이용식 선배는 1인시위를 해서 여론을 환기시켰으며 모든 코미디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후배 코미디언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협회 차원의 집약적 대답이다.
- 과거와 방송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차이는 뭔가. 이어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과거 원로 코미디언들은 기획사 없이 자랐다. 기획사와 매니저가 모든 것을 지탱해주던 시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담당 PD들을 찾는다. 이른바 쳐들어가서 설득을 했다. 녹화를 해보고 재미 있으면 방송이 송출되고 재미 없으면 소위 ‘아웃’ 당했다. 하지만 굴복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도전했다.
요즘은 기획사가 아니면 힘이 없고 들이밀 수가 없다. 결국 단체의 힘이 없으면 개개인이 힘을 못 쓰니 경쟁력이 낮아지고 약해진 것이라고 판단된다. 과거에는 뚝심과 도전정신, ‘자력갱생’의 의지로 경쟁력을 만들어갔다. 또 댓글들을 보면 현재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수준이 낮았다’ ‘재미없는 걸 누가 봐 주냐’ 등의 댓글을 보면 안타깝다. 후배 코미디언들은 자평할 때가 아니다. 이번 웃찾사 사태가 후배 코디미언들에게 큰 경험과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코미디와 코미디언들이 끼치는 사회적 긍정 요인이 많은데 반해 방송사에서는 프로그램 제작 환경, 처우 등이 열악한 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 앞서 현재 우리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는 KBS와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연노는 지난 1988년 설립돼 코미디언, 연기자, 성우, 무술인 등 5천여 명으로 구성돼있으며 방송 연기자들의 출연료와 복지에 대해 방송사들과 협상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던 중 2011년 7월 복수 노조가 허용되면서 한연노까지 KBS노조에 권리를 위임하고 KBS와는 간접적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결국 한연노는 KBS노조를 통하지 않고 따로 교섭하겠다고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했으나 지난 2013년 방송 연기자들은 ‘출연료 협약서’나 ‘출연료 지급기준표’가 정한 등급에 따른 출연료를 일률적으로 지급받는 방송 연기자라 해도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법원 측 1심 판결을 받게 됐다.
또 재판부는 방송사와의 관계에 있어 상대적으로 을(乙)의 관계에 있는 일부 연기자들에 대해서도 약자의 지위에 있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근로자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측의 말을 안 듣고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2심에서는 방송 연기자들이 조직·가입한 단체도 노조법상 인정되는 노동조합으로 봐야하며 독자적인 단체교섭을 할 자격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승소했다. 그러나 이후 대법원 판결을 기다렸으나 2년가량이 넘은 지금 ‘감감무소식’이다. 한 번도 재판을 열지 않고 심리를 하지 않은 채 2년이 지났다. 이것은 소위 말하면 말려 죽이는 작전이나 다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을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노조로서 활동할 수 없다. 결국 복지비와 노조에 대한 모든 지원 등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돈을 못 받아 생활고에 시달리고, 적금을 못 붓고, 자녀들에 대한 학자금 또는 본인들의 학자금 또한 못 내는 상황인 것이다. 또 노조 활동이 중단됐기 때문에 우리가 방송사에게 파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1인시위는 가능하다. 1인시위는 단체 집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는 단체 행동을 하거나 준법 투쟁을 하는 데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말씀드린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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